열린협상연구소 '생활 속 협상' 칼럼입니다.

유익하고 흥미로운 시간 되시길 바랍니다.

[일상에서 발견하는 승부의 비밀] #3. 두드려라! 열릴 것이다.

관리자
2017-12-04
조회수 666

로또 복권에 당첨되는 비법을 아는가? 천운을 잡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할 일은 다름 아닌 로또를 사는 일이다. 당첨 여부는 하늘에 맡겨야겠지만, 확실한 건 사지 않으면 당첨 확률은 0퍼센트다. 그럼에도 로또를 사지도 않고 당첨을 바라는 사람들이 많다.


협상도 마찬가지다. 우선 협상을 시도해야 성공하든 실패하든 한다. 원하는 바를 요구해야 쟁취하든 거절당하든 결론이 나온다. 하지만 사람들은 협상 문제가 생겼을 때 '얘기해봤자 안 될 거야'라고 지레 짐작해 미리 포기하는 오류를 범한곤 한다. 원하는 바를 얻지 못하는 근본적인 이유가 아닐 수 없다.


오래 전 겪었던 실수담 하나를 소개한다. 언젠가 아파트 인터폰이 고장 난 일이 생겼다. 현관에서 호출하면 계속 통화연결음만 울리는 증상이었다. 관리사무소에 전화 해보니, 그건 인터폰 회사 소관이라며 자신들은 모른다고 했다. 그럴 수 있겠다 싶어 연락처를 물어 A/S 기사를 불렀다. 그런데 옆에서 지켜보던 아내가 답답하다는 듯 내게 한 소리를 했다. 뭘 그것 가지고 출장비까지 줘 가면서 기사를 부르냐는 것이다. 리셋 같은 간단한 조치를 물어 해결하면 되지 않느냐고 말했다.


"상담원은 그런 거 잘 몰라. A/S 신청 접수만 받지 기술적인 부분은 그 사람들 영역이 아니야."


오히려 나는 큰 소리를 쳤다. 그렇게 말한 데는 이유가 있었다. 서비스 센터에 전화를 걸면 증상을 물어보고 간단한 조치를 안내하는 게 일반적인데, 그곳은 그렇지가 않았다. 상담원은 다른 건 안 물어보고 곧바로 주소와 비용 같은 것들을 안내하고 A/S 신청 접수를 받았다. 그래서 나는 생각했다. '아, 상담원은 A/S 신청 접수만 받지, 기술적인 내용은 잘 모르는가 보다.'


하지만 내 추측은 완전히 빗나갔다. 아내가 다시 전화를 걸더리 리셋 방법을 물어 인터폰을 뚝딱 고쳐버리는 게 아닌가. 시간과 비용을 들여야 하는 내 방법과는 달리 단돈 1원 한 푼 안들이고 문제를 깔끔하게 해결해버린 것이다. 안 될 거라고 지레 짐작해 포기해버린 나와는 달리 원하는 바를 자신 있게 요구한 결과였다. 명색이 협상을 연구하는 사람으로서 대단히 굴욕적인 순간이 아닐 수 없었다.


일러스트 / 드로잉프렌즈 장진천


그도 그럴 것이 미국의 린다 뱁콕(Linda Babcock) 교수는 『여자는 어떻게 원하는 것을 얻는가』에서 남녀의 연봉 차이가 성별이 아닌 다른 데 있다고 주장했다.


실험결과 연봉협상을 할 때 자신을 적극 어필하는 남성에 비해, 여성은 지나치게 겸손하고 소극적인 태도를 보이는 것으로 나타났다. 이에 대해 린다 교수는 "많은 여성이 '협상'을 '욕심'과 혼동해서 잘못 이해하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다시 말해 '원하는 바를 요구하면 자신의 이미지가 나빠지지 않을까'라는 우려를 남성보다 여성이 더 많이 하는데, 이것이 연봉 협상에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이야기다. 그러나 인사담당자들은 오히려 희망 연봉 란에 '사내 규정에 따름'이라고 적어놓은 사람에게는 큰 매력을 느끼지 못한다고 답했다.


이런 일은 우리 일상에서도 비일비재하다. 하루는 유아용 책을 판다는 글이 어느 인터넷 카페에 올라왔다. 스무 권 남짓한 아이 책을 만 오천 원에 매물로 내놨다. 마음에 들었는지 아내는 관심을 보였다. 하지만 가격이 좀 비싸다고 생각한 모양인지 망설였다. 살지 말지를 고민하길래 해결 방법을 알려줬다.


"만원에 달라고 해 봐!"


그렇게 협상은 시작됐고, 그쪽에서 '그건 좀...'이라는 댓글이 돌아왔다. 그리고 잠시 뒤 댓글이 하나 더 달렸다. '대신 책 5권 더 드릴게요.' 그렇게 협상은 타결됐고, 마침내 아내는 만족스런 조건으로 아이책을 살 수 있었다.


원하는 것을 얻으려면 우선 원하는 것을 요구해야 한다. 이와 관련해 '협상의 왕'이라 불리는 허브 코헨(Herb Cohen)은 이렇게 말했다.


"협상해서 안 되는 일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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