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협상연구소 '생활 속 협상'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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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상에서 발견하는 승부의 비밀] #2. 협상과 설득사이

관리자
2017-12-05
조회수 3761

케이크 하나를 두고 다투는 형제가 있다. 서로 많이 먹겠다며 떼 쓰는 형과 아우. 지켜보던 엄마가 똑같은 크기로 반을 잘라 주지만 소용이 없다. 욕심 많은 동생은 형 몫이 더 크다며 계속 트집을 잡는다. 형이 양보하라고 타일러 보지만 형도 질 수 없다는 기세다. 참다 못한 엄마는 "둘 다 먹지 마!"라며 소리를 버럭 지른다. 그제야 상황은 끝났지만, 둘 사이만 갈라 놓은 것 같아 마음이 편치 못하다.


가정에서 흔히 벌어지는 일이다. 만약 여러분이 부모라면 어떻게 하겠는가? 생각만 해도 답답한 상황이지만 의외로 해결책은 간단하다. 먼저 형에게 자르도록 시키고 동생에게 선택하도록 해주면 된다. 형은 최선을 다해 정확히 반을 잘랐으니 불만이 없고, 동생은 스스로 선택한 것이니 더더욱 불만이 있을 수 없다. 역할을 바꿔도 결과는 매한가지다. 그야말로 명쾌한 해결책이다.


설득이 어려운 이유는 강요와 혼동하기 때문이다. 강요는 저항을 불러온다. 성득에 성공하려면 상대 스스로 선택하도록 해야 한다. 사실 이 원리를 가장 잘 알 수 있는 사람이 아이를 키우는 부모다. 아이와 입장을 바꿔 생각하면 이해가 쉽다. 장난감을 갖고 싶다고 무작정 떼쓰면 부모들은 오히려 안 사주려 한다. 말하자면 아이가 떼를 쓰는 건 부모에게 강요하는 행위다. 반면, 밥 잘 먹고 잘 놀면 장난감을 얻어낼 확률이 높다. 물론 그런 아이는 없지만. 자녀에게 백날 공부하라고 말해봤자 소용없는 것도 마찬가지다. 강요하고 있기 때문이다.


일러스트 / 드로잉프렌즈 장진천


예능 프로그램 <슈퍼맨이 돌아왔다>에 아이를 설득하는 흥미로운 방법이 나온다. 삼둥이 아빠 송일국은 아이들이 아빠 지시를 따르지 않으면 10초를 헤아리는 방법을 쓴다. 이른바 '마법의 10초'다.


예를 들어 "대한이, 민국이, 만세 이제 자러 들어가야지" 했는데 아이들이 안 따르면 "그럼 열세고 들어오는 거야"라고 말하며 "하나, 둘, 셋... 열"하고 숫자를 센다. 그럼 신기하게도 '열'이라는 숫자가 나오기 무섭게 아이들이 방으로 들어온다. 약속을 잘 지키는 아이들이 참 대견스럽다.


이 방법의 비결 역시 아이들에게 선택권을 주었다는 점에서 찾을 수 있다. 강요에 의한 행동이 아니라 여유 시간을 통해 스스로 결정하고 행동할 기회를 마련해 준 게 '마법의 10초'에 숨겨진 비밀이 아닐까.


스페인의 커뮤니케이션 전문가 페란 라몬-코르테스(Ferran Ramon-Cortes)의 표현을 빌리자면 '설득은 등대처럼' 해야 한다. 등대를 향해 배들이 다가오 듯, 상대방이 스스로 움직이도록 만들어야 한다. 우리는 단지 상대에게 필요한 정보를 제공하고 다가오는 방법을 안내해주면 된다. 애써 끌어당기거나 밀쳐낼 필요도 없다.


만약 지위나 힘으로 상대를 움직였다면 그건 설득했다고 말할 수 없다. 언제 돌아설 지 모르는 가짜 액션일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내 말을 받아들일지 말지는 상대방 스스로 결정하게 해야 한다. 그러기 위해서 상대에게 강요가 아니라 선택권 마련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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