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속 협상] #012. 어떻게 팔까? VS 어디서 팔까? (미생, 2014)

관리자
2016-11-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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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상에서 매우 중요하지만, 사람들이 간과하는 요소가 있다. 바로 협상 장소다. 어디서 협상을 하는지가 때로 정보를 얼마나 알고 있는지, 어떤 전략으로 협상하는지보다 훨씬 중요하다. 입장에 따라 더 유리하고 덜 유리한 장소가 있다는 말이다.

대한민국이 2002 월드컵에서 4강 신화를 이룩한 비결을 여기서 찾는 사람들도 있다. 실력은 부족했는데 그랬다는 얘기는 아니다. 관중석의 응원 덕도 크겠지만 홈그라운드에서 하는 경기는 평소 기량을 200% 발휘하게 해준다는 분석이다. 적합한 장소를 선정하는 일은 불리한 입장도 극복할 수 있는 훌륭한 전략이다.

다음은 드라마 〈미생〉의 한 장면이다.

신입사원 장그래와 장백기에게 미션이 떨어졌다. 돈 10만 원으로 뭐든 사서 이윤을 남겨오라는 것. 무역 상사맨의 자질을 테스트하는 과정이었다.

둘은 근처 시장에서 팬티와 양말을 한 아름 샀다. 파는 게 문제였다. 한 번도 해본 적 없는 경험에 둘은 막막하기만 하다. 도대체어떻게 하면 이걸 팔 수 있을까?



먼저 백기는 사업하는 선배를 찾아간다. 그에게 자초지종을 얘기하면 사줄 거라고 기대했다. 하지만 선배는 “나한테 팔려고 했으면 이런 걸 사오면 안 되는 거 아니야?”라며 백기를 나무란다. 아무리 친한 사이지만 쓸모도 없는 물건을 무작정 떠넘기는 건 옳지 않다며 돌려보낸다.

장그래는 의지가 강했다. 아무나 할 수 없다는 지하철 행상을 시도했다. 어렵사리 입은 뗐지만, 판매에는 실패했다. 하나만 사달라고 부탁했지만 “지하철에서 배춧잎(만원)을 누가 꺼내느냐?”며 퇴짜를 맞았다. 용기는 가상했지만, 번지수를 잘못 찾았다.

어쩔 수 없이 꿈을 포기하고 스스로 나왔던 기원까지 찾아갔으나 그곳에서마저도 거절당했다. 둘은 인생의 쓴맛을 실감하며 회사로 돌아가고 있었다. 사우나 앞을 지나는 바로 그때, 머리가 번뜩였다.

‘양말과 팬티가 필요한 사람은 여기 있겠구나!’

둘은 사우나 앞에 자리를 잡고 “팬티 사세요. 양말 사세요”를 외쳤다. 맨정신으론 용기가 안 나 술까지 마시고 나섰고, 물건은 순식간에 팔렸다. 누구에게 팔지, 어떻게 팔지 온갖 시도를 다 했는데 결국 해법은 판매 장소에서 찾은 셈이다.

장소의 중요성에 관한 우화가 있다. 곰과 악어의 싸움에 관한 이야기다. 실력이 막상막하인 둘은 어느 날 누가 더 강한지 승부를 가리자며 대결을 벌였다. 힘과 기술이 비슷한 두 동물의 싸움은 어떻게 판가름났을까? 승부는 대결을 벌인 장소에서 결정되었다. 풀밭에서 싸울 때는 곰이 이겼지만, 물에서 싸울 때는 악어가 이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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