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협상연구소 '영화 속 협상'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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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협상] #005. 싸우지 않고 이기는 법. (신사의 품격, 2012)

관리자
2016-11-17
조회수 4083


어느 건축사 사무실에 비상이 걸렸다. 구청으로부터 계획 중인 상가건물 건축을 허가해줄 수 없다는 통보가 날아왔다. 법률상 아무런 하자가 없는데 불허가라니, 도무지 말이 안 되는 조치였다.

알고 보니 소송당한 옆 건물 주인이 건축을 방해하고 있었다. 상권 침해, 주차권 침해, 일조권 침해, 조망권 침해라는 억지스러운 이유로 민원을 여러 건 넣었다. 구청으로선 민원이 해결되지 않은 상태에서 건축을 허가해 줄 수 없다는 입장이었다. 상대의 악의적 행동으로 큰 피해를 입을 상황이었다.

이렇듯 마음먹고 골탕먹이려는 사람으로부터 내 권리를 보호할 방법은 없을까? 어떻게 하면 상대가 민원을 취소하게 만들 수 있을까?

사례는 SBS 드라마 〈신사의 품격〉에 나오는 한 장면이다. 상대는 이전에도 여러 차례 태클을 걸어온 인물이다. 자신은 잃을 게 없다는 듯 남의 밥그릇에 고춧가루를 뿌린다. 좀처럼 해법이 보이지 않는다. 하지만 주인공의 멋진 협상은 상대가 두 손을 들게 했다. 전략은 다음 대사와 같다.

“같이 물자. 겨 묻히고 덤비는 놈은 똥 묻히고 상대해야 이기지.”



주인공은 상대에 관한 정보를 조사해 약점을 찾았다. 상대 소유의 건물에 불법적인 요소가 없는지 파악했다. 불법 증축, 개축 등 꼬투리 잡힐 만한 건 모두 조사했더니 역시 여러 건이 발견되었다. 털어서 먼지 하나 안 나는 사람 없다고 하지 않았던가. 계속 그렇게 나온다면 건축법 위반으로 당신을 신고하겠다는 뉘앙스를 풍기자 상대는 깜짝 놀라며 울상을 지었다.

이제 상대는 스스로 민원을 취소할 수밖에 없다. 탁월한 협상가의 자질을 지닌 주인공은 그렇게 문제를 풀었다.

물론 갈등이 발생했을 때 가능하면 대화와 타협으로 푸는 게 좋다. 상대방의 감정을 상하게 해서 우리 쪽이 유리할 건 없다. 그러나 세상에는 선한 사람만 있는 건 아니다. 불행히도 우리에게 손해를 끼치려고 공격해 오는 상대를 만날 때도 있다. 그럴 땐 굳이 싸울 필요가 없다.

멱살을 더 세게 잡는다고 문제가 해결되진 않는다. 평정심만 잃고 오히려 더 불리해질 뿐이다. 내 말을 따르지 않으면 상대가 잃을 것이 많다는 사실을 조용히 알려주어라. 자신의 손해를 실감해 스스로 물러날 수밖에 없는 아킬레스건을 찾는 게 묘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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