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협상연구소 '영화 속 협상' 칼럼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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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속 협상] #008. 상대가 정한 기준을 근거로 설득하라. (블라인드 사이드, 2009)

관리자
2016-11-19
조회수 2061


미국의 한 사립 고등학교에서 미식 축구팀 감독을 맡은 체육 선생님이 있었다. 그에게 어느 날 한 남자가 찾아와 자신이 데리고 있는 두 아이의 입학을 도와 달라고 부탁한다. 영화 〈블라인드 사이드〉의 한 장면이다.

한 아이는 입학하는 데 큰 어려움이 없었다. 문제는 별명만큼이나 덩치가 큰 ‘빅 마이크’였다. 빅은 어머니가 마약 중독자인 등 불우한 환경에서 자랐다. 현재는 거처도 불분명한 상황이었다.

그런빅에게는 어마어마한 재능이 있었다. 산 만한 덩치에도 불구하고 운동신경이 대단했다. 이를 한눈에 알아본 감독은 반드시 빅을 잡고 싶었다. 하지만 다른 선생님들을 설득하는 게 만만치 않은 일이었다.

모든 선생님이 반대하는데, 그 반대를 뒤집을 마땅한 논리나 근거가 없었다. 빅은 성적이 입학 기준에 못 미치는 데다 신상 파악도 안 되는 상황이라 입학을 승인해달라고 무작정 밀어붙일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이때 벽에 걸린 액자 하나가 눈에 들어왔다. 감독은 선생님들을 설득할 묘수가 생각났다.

“운동 때문이라면 빅의 입학을 거부해도 좋습니다. 하지만 저 액자가 치장이 아니라면 빅을 입학시켜야 합니다.”


액자에는 ‘크리스천답게’라는 표어가 붙어 있었다. 감독의 말은 학생을 가려 받는 것이 학교가 추구하는 ‘크리스천’의 신념에 반하는 행동 아니냐는 추궁이었다. 그러자 모두 입을 떼지 못했다. 얼마 후 빅은 무사히 학교에 입학할 수 있었다.

협상 상대를 설득하기 위해서는 객관적인 기준이 필요하다. 내 생각만으로 논리를 펴면 논쟁이 생기기 때문이다. 내 말이 옳다는 식의 주장으로는 상대를 움직일 수 없다. 말하자면 내 편도 네 편도 아닌 심판이 필요하다. 그 회사의 홍보물을 활용하거나 법조문을 간략하게라도 대며 말하면 훨씬 설득력이 있다.

서로가 인정할수 있는 근거 자료는 합리적이고 또한 공정하다고 여겨지기 때문이다. 만약 그 기준이 상대가 스스로 정한 내용이라면 훨씬 더 강력하다. ‘스스로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 사람’이라는 오명을 쓰고 싶은 사람은 아마 전 세계 어디에도 없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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